부모가 된다는 것

2009.05.09 19:15
어제 어버이날 부모님께 안부전화라도 한통씩 드렸는지요? 저는 어제 집으로, 처가로 어른들께 전화를 한통씩 드리기는 했는데 아버지 지병이 다시 또 안 좋아져 조금 걱정입니다. 반평생이 넘는 시간을 지병으로 고생하시는 걸 지켜보면서도 딱히 도움을 드릴 수 없으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2주마다 한번 꼴로 찾아뵙기는 하지만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평상시는 무심코 지나치다가 무슨 일이 있거나 해야 안부 정도 여쭙는 정도이니 부끄럽습니다. 한해 한해 기력이 예전과 같지 못 하시다는 걸 느낍니다. 자식의 도리는 하고 싶은데 여의치 않으니 걱정입니다.

어제 퇴근하고 집으로 오니 큰아들이 현관까지 뛰어오며 반갑게 맞아 주더군요. 그러더니 제 손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갑니다. 아내는 그걸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고,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꽃병 같은 것을 하나 내밉니다.

글자 적는 것은 선생님이 도와주신 것 같습니다.


어버이날이라고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랑 함께 만들었다고 합니다. 저희 부부는 큰아들을 작년 하반기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대략 30개월이 막 지난 후였을 겁니다. 이것 때문에 아내와 좀 다투기도 했었네요. 저로서는 이제 30개월 지난 애를 너무 빨리 엄마와 떼 놓는다는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아무리 요즘 조기교육 열풍이 불고 어린이집에서 또래들과 일찍 어울리게 해 사회성을 키워주는 게 좋다고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이빨 닦는 걸 제일 싫어하는 재성이.


또래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ㄱ, ㄴ, a, b, 1, 2 같은 것을 친구들보다 조금 늦게 배우면 어떻습니까? 저는 그런 것들보다 그 나이에는 엄마, 아빠와 가능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엄마, 아빠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끼게 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런 제 생각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자식 교육을 앞으로도 머리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가슴으로 느끼는 법을 우선해서 가르치려고 합니다.



그래서 1년만 늦게 어린이집에 보내자고 아내를 설득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커다란 장애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당시 작은아들의 출산이 임박했었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주장은 갓난 둘째를 키우며 몸조리도 해야 하는데 혼자서 큰아들까지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겁니다. 이 대목에서는 제가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눌러앉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다른 방법이 없더군요. 결국은 아내의 뜻에 따르기로 해서 그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었습니다.


처음 어린이집 가는 날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하더군요. 그랬던 녀석이 비록 선생님과 함께 만든 거지만 어느덧 어버이날이라고 카네이션을 직접 만들어 아빠 눈앞에 자랑스럽게 내밀고 있습니다. 단연코 지금껏 받아본 세상 그 어떤 선물보다도 값지고 뭉클한 감동이 전해져 오더군요.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일입니다. 그 고사리 손으로 이런 걸 만들어 오리라고는 말이지요.
"아, 이래서 자식이구나. 이런 감동도 있을 수 있구나." 저절로 느껴지더군요.

아빠랍니다. 엄마보다는 사람처럼 그렸다는 데 만족합니다. ㅋㅋ

엄마라는군요. 왠지 사신의 포스가...;


선물을 한 당사자는 전달하자마자 장난감 가지고 노느라 정신이 없는데, 그 선물을 받아 든 아빠는 한동안 그걸 들고 지그시 아들을 바라보게 되더군요. ^^;
사랑한다, 아들아~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우리 아이 성장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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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Favicon of http://krang.tistory.com BlogIcon Krang 2009.05.10 00:54 신고

    곱슬머리 재성이 귀엽네요.~ :)
    눈코입 제대로 잘 그린 것 같습니다.
    엄마눈이 아빠보다 작은가봐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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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comfunny.pe.kr BlogIcon 부스카 2009.05.10 01:07 신고

      곱슬머리는 아니고 F4에 주인공인가 뭔가 한창 떠들 당시에 샤바샤바한 엄마와 이모의 [b]합작품[/b]이라는;
      엄마 눈이 아빠 눈보다 두배는 될 걸요? :)

  2. Favicon of http://moneyamoneya.tistory.com BlogIcon 머니야 2009.05.10 12:57 신고

    부모가 된다는것은... 자신의 부모를 이해하게 되는것과 같은것 같아요~
    좋은 엄마아빠가 되실거라 당연히 생각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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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comfunny.pe.kr BlogIcon 부스카 2009.05.10 13:56 신고

      그러게 말입니다. 자식에 대한 애정의 반의 반만이라도 부모님을 위한다면 좋을 텐데... 멀리 떨어져 있으니 그것도 쉽지 않지만 이것 또한 변명이겠죠? --;

      머니야님~, 즐거운 일요일 보내고 계신가요?
      [img=http://cfs.tistory.com/custom/blog/20/207879/skin/images/forevler_025.gif]

  3. Favicon of http://peopleit.net BlogIcon 민시오 2009.05.10 15:14 신고

    아이들의 그림이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재성이 넘 귀여운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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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comfunny.pe.kr BlogIcon 부스카 2009.05.10 20:05 신고

      재성이 평소 그림실력으로 보아서는 그림도 선생님이 좀 도와주신 것 같아요. ^^

  4. Favicon of http://giga771.tistory.com BlogIcon Sky~ 2009.05.10 22:17 신고

    저는 아직아이가 없어서 저도 아이낳으면 같은 심정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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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comfunny.pe.kr BlogIcon 부스카 2009.05.10 23:14 신고

      글쎄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지 않겠습니까? ;)
      어쨌든 부모가 된다는 건 자식을 가진, 가지려는 사람들의 영원한 숙제인 것 같습니다.
      [img=http://cfs.tistory.com/custom/blog/20/207879/skin/images/forevler_003.gif]

  5. Favicon of http://windlov2.tistory.com BlogIcon 돌이아빠 2009.05.11 07:48 신고

    재성이 예쁘네요.
    용돌이 녀석도 만들어 왔다고는 하는데 아내가 외할머니 댁에 데리고 갔더니 외할머니께 어린이집에서 만들어온 카네이션을 드렸다고 하네요.후훗.

    뿌듯하셨겟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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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comfunny.pe.kr BlogIcon 부스카 2009.05.11 12:05 신고

      솔직히 말씀드려서 뿌듯했습니다. [img=http://cfs.tistory.com/custom/blog/20/207879/skin/images/forevler_028.gif]
      용돌이 외할머니께서도 감동 많이 받으셨겠는데요? :)

  6. Favicon of http://mindeater.tistory.com BlogIcon MindEater™ 2009.05.11 10:31 신고

    [img]http://farm1.static.flickr.com/151/424224459_805f373918.jpg?v=0[/img]
    와..정말 뿌듯하시겠어요~ ^^* 살포시 부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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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comfunny.pe.kr BlogIcon 부스카 2009.05.11 12:08 신고

      허걱; 감사합니다.
      주말에 설치한 [b]BBCode + 이모티콘 플러그인[/b]을 사용하셔서 MindEater™님이 이미지를 최초로 첨부해 주셨습니다. ㅋㅋ [img=http://cfs.tistory.com/custom/blog/20/207879/skin/images/forevler_086.gif]

  7. Favicon of http://hanttol.tistory.com BlogIcon 솔이아빠 2009.05.11 11:15 신고

    요즘들어 새삼 저도 많이 느끼고 있답니다. 늘 지금처럼 화이팅 해주세요.
    행복한 한주 되세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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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comfunny.pe.kr BlogIcon 부스카 2009.05.11 12:12 신고

      솔이는 아빠의 사랑을 충분히 느끼고 있을 겁니다.
      솔이아빠님도 멋진 한 주 시작하시기를~~~ :)

  8. Favicon of http://www.vcnc.co.kr BlogIcon 김상우.VC. 2009.05.20 19:51 신고

    아이들이 너무 귀엽습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지.. (아직 미혼이라..^^)

    부럽네요.

    (하지만 아빠 그림은 약간 무섭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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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comfunny.pe.kr BlogIcon 부스카 2009.05.21 11:30 신고

      감사합니다.
      어떤 기분이냐 하면... 글쎄요, 애를 둘 키우고 있지만 [b]초보아빠[/b]라는 딱지는 쉽게 떼지 못할 것 같아요.
      직접 아빠가 되어 보시는 수 밖에는... ^^;
      좌충우돌입니다. ㅋ

      아빠보다는 엄마 그림이 더 무섭지 않나요? [img=http://cfs.tistory.com/custom/blog/20/207879/skin/images/forevler_016.gif]

Plea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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