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콜라 좀 사지 마세요.

2010.01.12 23:39
자식을 키우는 즐거움 중에 하나가 하루 하루 다르게 발달해 가는 지적 능력과 행동을 곁에서 지켜보는 일일 것입니다. 저희 집 큰아들 재성이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일주일에 한번 집으로 방문교사가 찾아와 언어와 숫자놀이를 합니다. 그리고 역시 일주일에 한번 미술재미라고 하는 것을 합니다. 재성이가 좋아하는 과목을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미술 > 언어 > 숫자 = 어린이집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큰아들 재성이

미술재미라는 것을 가서 봤는데 어떤 날은 깨부시고, 또 어떤 날은 물감 범벅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만들기를 하는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놀이에 미술 개념을 접목시켜 교육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신이 나서 즐길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를 하더군요.

이제 6살 짜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얼마나 받을까 싶기도 하지만, 제가 봐도 집에서는 항상 동생에게 양보해야 하고, 동생을 먼저 위해줘야 하고, 잘못은 같이 해도 혼이 나는 건 주로 큰아들입니다. 만 4살 짜리에게는 이것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갈 수도 있을 겁니다. 이렇게 받은 스트레스를 재성이는 미술재미 1 시간 동안 다 분출해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집중하고, 어떤 때는 심취하기까지 해서 즐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빠, 엄마가 큰아들, 작은아들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동네 슈퍼에서 큰아들에게 한 방 먹다.


큰아들의 단어 선택과 어휘력이 많이 발달했다는 것을 느끼고는 있었습니다. 항상 짧게 짧게 끝내고 맺음하던 문장이 언젠가부터 큰아들과 대화를 하면 긴 문장으로 원인과 결과를 표현하려고 애 쓰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직까지 숫자놀이에는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언어 영역에서는 큰아들 본인도 관심을 보이며 재미있어 합니다.

큰아들 재성이

음... 이때는 또 숫자놀이 하고 있군요;;


얼마 전 아파트 단지 내 슈퍼에 큰아들과 손 잡고 군것질거리를 사러 간 일이 있었습니다. 재성이는 과자 하나 들고, 저는 콜라와 함께 몇 가지를 들고 카운터에서 만났습니다. 이 녀석이 제 손에 콜라가 들려있는 것을 보더니 대뜸 한다는 말이,

재성: 아이고, 아빠! 콜라 좀 사지 마세요.
아빠: ...
재성: 콜라 사서 집에 가면 나도 먹고 싶어진다 말이에요.
아빠: 알았어. 미안해. 이번만 사 가자.

카운터에 있는 슈퍼 주인 아주머니 보기가 민망해서 혼났습니다. 말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말의 고저를 넣어가며 톡 쏘더군요. -_-; 집에 와서는 또 엄마에게 참 맛깔스럽게도 고자질합니다. "아이고, 엄마! 아빠가 또 콜라 사왔어요."라고 말입니다. 이 녀석이 그런 말투로 아빠를 당혹하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터라 슈퍼에서 있던 전후 사정을 저 역시 아내에게 고자질했지만 애 앞에서 무슨 망신이냐는 듯이 째려보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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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재성이가 '콜라는 아주 나쁜 것이다.'라고 누가 말해주지 않았지만 스스로 그렇게 깨우친 것은 엄마 덕택입니다. 사실 저는 술, 담배를 하지 않지만, 군것질과 탄산음료는 즐깁니다. 아내는 제가 탄산음료 즐기는 것을 아주 못마땅해 합니다. 함께 마트에서 장 볼 때 아빠와 엄마가 콜라 앞에서 옥신각신하는 것을 종종 보아왔던 재성이 눈에는 엄마 눈치를 봐가며 카트에 콜라는 담는 아빠가 혼날 일을 하는 것으로 비쳐졌나 봅니다. 그러니 어쩌다가 콜라를 사들고 집에 들어오는 아빠 모습이 보이면 재성이에게는 최고의 빅뉴스 중에 하나가 터진 겁니다. 쪼르르 엄마에게 달려가서 고자질하는 게 이제는 완전 전자동입니다.

천천히 탄산음료 섭취를 줄여나가더라도 이제는 큰아들이 잠자리에 들면 몰래 갔다와야 할 판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우리 아이 성장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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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Favicon of http://ccoma.tistory.com BlogIcon Kay~ 2010.01.13 00:16 신고

    아드님이 참 귀엽네요! ㅎㅎ
    콜라 몸에 안 좋습니다. ㅎㅎ
    이에도 안 좋다죠? 드시지 마세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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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comfunny.pe.kr BlogIcon 부스카 2010.01.13 12:16 신고

      한동안 안 먹었는데 올 여름 더울 때 시원하게 좀 마셨더니 그 입에 촥촥 감기는 맛에 그만... ^^; 다른 마실거리 뭐 좋은 거 없을까요? ㅎㅎ

  2. Favicon of http://casablanca90.tistory.com BlogIcon casablanca 2010.01.13 01:49 신고

    한창 귀여울때 입니다.^^
    야물차게 이야기 하는것 보니 똑똑 하네요.ㅎㅎ
    저도 콜라를 좋아 하는데 점차 줄이고 있습니다.
    몸에 않좋다고 하니 줄여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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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comfunny.pe.kr BlogIcon 부스카 2010.01.13 12:17 신고

      요즘은 날씨가 추워서 잘 안 마시기는 합니다. 맞습니다. 저도 줄여나갈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3. Favicon of http://pinkwink.kr/ BlogIcon PinkWink 2010.01.13 07:32 신고

    재미있네요... 근데 전 콜라보다는 커피를.... 쩝쩝....
    ㅎㅎ 근데 아이의 눈에는 엄마가 좀 서열이 높나봐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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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comfunny.pe.kr BlogIcon 부스카 2010.01.13 12:36 신고

      전 커피는 하루 한, 두 잔 정도 마십니다.
      주로 엄마가 야단을 치니까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

  4. Favicon of http://moneyamoneya.tistory.com BlogIcon 머니야 2010.01.13 09:48 신고

    우하하하..부스카님 콜라매니아? ㅋㅋㅋ
    저도..거의 중독인지라..ㅠㅠ
    겨울엔 일단 좀 도를 줄이고...끊은척~하고 있습니다.
    여름엘 대비할려구요..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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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comfunny.pe.kr BlogIcon 부스카 2010.01.13 12:20 신고

      머니야님도? ㅎㅎ
      아... 이 댓글 아내가 보면 또 뭐라 하겠지만 저도 머니야님과 똑같습니다. 여름을 대비해서 덜 먹고 있지요. ^^;

  5. Favicon of http://badjunko.tistory.com BlogIcon 못된준코 2010.01.13 19:46 신고

    ㅋ 콜라 중독인 분들은 정말 끊지 못하시더군요.
    암튼..아드님이 너무 귀엽습니다. 성격도 딱 뿌러지는듯 하구요....ㅎㅎ

    콜라 사시려면....이제부터....몰래 사셔야 할듯~~~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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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comfunny.pe.kr BlogIcon 부스카 2010.01.13 22:12 신고

      전 중독까지는 아니었는데 한해 한해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까 점점 단 것이 입에 촥촥 감깁니다. -_-;
      큰아들은 근래 들어서 자기 주장을 똑부러지게 관철시키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

  6. Favicon of http://ceo2002.tistory.com/ BlogIcon 불탄 2010.01.13 20:08 신고

    아드님의 마음을 받아들이셔야 되겠어요. 하하...
    너무나 귀엽고 똑똑해 보이네요.
    든든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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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comfunny.pe.kr BlogIcon 부스카 2010.01.13 22:13 신고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제는 좀 줄여나갈까 생각 중입니다...라고 하지만 오늘도 퇴근할 때 콜라와 사이다 묶음으로 파는 걸 몰래 사들고 들어왔다지요. ㅡ,.ㅡ;;;;

  7. Favicon of http://jsapark.tistory.com BlogIcon 탐진강 2010.01.13 21:38 신고

    참 귀엽고 영특한 아이인 것 같습니다.
    미소 머금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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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comfunny.pe.kr BlogIcon 부스카 2010.01.13 22:14 신고

      그렇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탐진강님의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

  8. Favicon of http://adari.tistory.com BlogIcon 지후아타네호 2010.01.13 23:45 신고

    아드님이 부럽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저렇게 철저하게 교육받았다면....ㅎㅎ
    저도 콜라를 너무 좋아해서 탈인데 말입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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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comfunny.pe.kr BlogIcon 부스카 2010.01.14 00:36 신고

      아내가 백날 잔소리하는 것보다 아들이 '나도 먹고 싶어진다.'는 한 마디가 훨씬 파괴력이 크네요. ㅠㅠ

  9. Favicon of http://gallow.tistory.com BlogIcon 겔러 2010.02.02 04:37 신고

    부스카님 담배라도 피우셨다간 큰일나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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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ease~ ^^

자~, 이제 댓글 하나만 다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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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세요~